한화이글스와 2006년 - 독일에서 야구를 추억하다
'20세기 최후의 승자'라고 거창한 표현과 함께 자축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20세기의 마지막 해는 2000년입니다. 즉, 20C 최후의 승자는 한화이글스가 아니라, 2000년에 한국시리즈 우숭을 차지한,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팀 '현대 유니콘스'입니다.
한화이글스라는 팀은 포스트시즌에 자주 나타나는 그런 팀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1999년)을 지나 고등학교 3학년(2006)이 되는 해의 가을, 이 해는 한화이글스에게 엄청나게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타 팀팬이라면 중요한 사건은 아닐수도 있겠습니다만, 2006년은 왜 한화팬의 입장에서 소중한 한 해일까요?
1. 초고교급 괴물투수 류현진
한화 팬으로써, 2006년이 엄청나게 임팩트있는 한 해가 된 이유는 한국시리즈 진출(물론, 삼성에게 패배했지만)보다는 바로 이 선수의 발견일 것입니다. 현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입니다. 당시 고교야구 빅3로 일컬어지던 나승현, 한기주, 유원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덜 받고 있었으니 아직 리그를 지배할 괴물투수의 포텐을 알아보지 못했나 봅니다. 심지어, 데뷔전조차 빅3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화와 엘지의 경기를 중계차마저 고장이 나는 바람에, YTN에서 보도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자료가 류현진의 데뷔전 유일한 영상자료입니다.
데뷔전 첫 선발이었는데 7이닝 10K라는 어마무시한 피칭을 보여주며, 상대타선을 압도하고 고교야구 제패 이후 프로야구 제패까지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며 엄청난 데뷔를 하게됩니다. 2006년 한 해 동안만 18승 6패 탈삼진 204개의 멋진 기록으로 한국 프로야구사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새깁니다. 당연히, 이 2006년 데뷔시즌은 물론이고 류현진은 2012년까지 한화이글스에서 뛰는 동안 엄청난 괴물투수로 성장합니다.(하지만 이 기간은 한화이글스의 엄청난 흑역사, 암흑기이기도 합니다. 한화팬들이 가을야구를 기다리는 이유중에 하나겠네요)
2.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이 다시 합류한 해
2006년 류현진 선수의 데뷔 말고도 제 마음속의 영원한 한화이글스의 빅3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선수가 함께 뭉친 한 해이기도 합니다. 송진우 선수는 FA자격획득이후 한화와 재계약을 했고, 뉴욕메츠에 있던 구대성 선수는 협상과정에서 여러가지 난항을 겪다가 한화이글스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송진우 7승 7패
정민철 7승 13패
구대성 3승 4패 37세이브 1홀드
물론 전성기에 비하면 다소 초라해 보일 수 있는 기록이지만, 이름값은 확실하게 해준 한 해 였습니다. 전성기에 비해 리그 성적은 초라할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에게 꽤나 짭짤한 활약을 보여준 3인방이었습니다.
2006년 한 해는 한화이글스 말고도 참 여러가지로 많은 기억이 있는 한 해입니다. 스포츠 이벤트도 많았고, 태어나서 가장 오랜시간 책상에 붙어있는 고등학교 3학년 시기여서 더 그런 느낌을 받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큰 기억으로 다가오는 것은 2006 WBC, 한화이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같은 야구이벤트네요.
여러분들의 삶에 2006년, 그리고 야구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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