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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책

삼국지에 대한 짧은 단상 - 그들은 어떻게 일을 그르쳤는가?

by ZUCCA 2018.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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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어린 시절부터 엄청나게 듣고 자랐던 책입니다.

그런데 삼국지의 인물들을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에서는 실제 정사와 다른 부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삼국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 그리고 삼국지를 좋아하는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에 대해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제 최초의 삼국지는 일본의 작가 요코야마 미쓰테루 님의 60권짜리 만화 전략 삼국지 였습니다.

최근에 삼국지를 다시 읽으면서 느낀것인데 제가 어렸을 때 가졌던 삼국지에 대해 가졌던 환상과 지금 떠오르는 것들은 참 많이 다릅니다.

저는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인물들에 대해 한번 떠들어 보겠습니다. (연의에 기반한 제 환상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따지려면 이 글은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을 겁니다.)


1. 제갈량 - 사람 보는 눈 없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세출의 전략가

 과거에 삼국지 인물들에 대해 대단히 차갑고 냉정하게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때 늘 촉나라 진영의 사람들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항상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제갈량입니다.

제갈량이라는 인물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제갈량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읍참마속'의 고사입니다.

'음참마속[]' - 마속은 제갈량의 신임을 받았으나 가정 전투에서 참패하며 제갈량의 영혼을 갈아 넣은 제 1차 북벌을 말아먹은 책임을 지고 참수당했습니다. 사랑하는 신하를 법대로 처단해서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읍참마속'이 나왔다고 합니다.

제갈량을 전쟁의 신, 전략의 신 등으로 여기고 있다고 하지만 주군 유비 사후 제갈량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악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큰 실패가 바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마속을 중용했다는 점인데, 이에 그치지 않고 촉을 위해 오랜 시간 활약해 왔던 위연을 내치는 모습을 보이기도합니다.

유비 사후, 제갈량의 북벌 작전에 있어서 가장 아쉬운 점이 바로 위연을 내친 것입니다. 관우나 장비, 마초, 조운과 같이 일당백의 활약을 해줄만한 장수가 대단히 부족한 상황에서 반골이라는 이유로 그를 존중하지 않았던 것은 가장 큰 패착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연을 너무 견제하는 바람에 오히려 그를 돌아서게 만든것이 아닐까 싶네요. 사람을 넓게 포용하고 쓸만한 배포가 모자라서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만 두고 싶어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권한 위임을 하지않고 스스로 모든것을 처리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정치 행정 전쟁을 포함하는 모든 것을 혼자서 다 처리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제갈량 사후 모든 시스템이 무너진것으로 보아 마이크로 매니징의 대단히 좋은 사례로 봐도 무방하겠네요.

삼고초려라는 것이 역사속에서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더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지만, '와룡과 봉추, 둘 중 하나라도 얻으면 세상을 얻을 것이다.' 라는 수경선생의 예언은 틀렸습니다.


2. 관우 - 그에게서 수염을 제외하면 무엇이 남을까?

 관우는 중국 대륙에서 무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어려서 삼국지를 볼 때 가장 좋아했던 인물이었고, 유관장 삼형제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삼국을 통일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식의 결말로 알고있었던 어린 저의 삼국지를 가장 먼저 파괴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고나서 관우에 대한 제 생각은 '오만불손한 바람에 일을 그르친 인물'로 결론이 났습니다.

사실, 무신으로 추앙받고있기는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다지 대단히 훌륭한 전공을 세운 인물이 전혀아닙니다. 물론 안량과 문추의 이야기가 세간에 너무나 많이 떠돌고 화제가 되는 '레전드'급 일화입니다. 하지만 이 이후에 그가 전투에서 세운 공을 떠들어 보라고 하면 당황스럽네요.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적벽대전에서 조조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하고 그를 그냥 보내준 것을 생각하면 촉한정통론자의 입장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제갈량에게 화살을 한번 더 날리고싶네요. 과연 그는 왜 관우를 그 곳에 배치했을까요?)

관우가 최후를 맞이했던 맥성전투. 맥성전투 또한 그의 오만불손함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경험이 부족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적장 여몽을 함부로 판단한 관우는 여몽의 계략에 정확하게 걸려넘어가고 자신을 충성스럽게 모시고 보좌했던 양자 관평과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한날 한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한날 한시에 죽기로 맹세한다 라는 도원의 결의는 그의 오만불손함 덕분에 산산조각납니다.

(관우가 죽은 이후로 장비는 물론이고 유비도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이상한 판단을 내리고 결국 촉의 멸망을 자초하는 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됩니다. 서른살이 넘은 지금도 삼국지 관련 게임을 할 때, 절대 관우를 고르지 않습니다. 어린 마음에 들었던 실망감과 분노, 좌절을 관우에게 돌리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관우에게서 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는 '적토마' '청룡언월도' 그리고 '수염'.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3. 유비 - 정치 10, 무력 10, 지력 10 매력 99

 삼국지연의는 다분히도 유비의 시각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정사에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실제역사는 어찌되었든 파괴적이고 잔인하게 그려졌던 조조와는 달리 인품이 훌륭하고, 인품이 훌륭하고, 인품이... 네 그렇습니다. 유비, 그에게서 인품이라는 단어를 빼버리면 그는 가지고있는 것이 없습니다. 유비라는 인물이 뜻을 갖고 떨쳐 일어났던 가장 큰 명분은 '한 황실의 부활' 이었고 중산정왕의 후예로서 자신이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제가 느끼기에는 옥새를 손에 쥔 원술과 크게 다를것이 없어보입니다.

우선, 개인적인 능력이 전무합니다. 유비가 수하들과 정치와 행정에 대해 격렬하게 토른 하는 모습, 전장에서 군사들을 지휘하는 모습 등을 떠올릴수 있는 분은 과연 몇분이나 될까요?

다분히 부정적이지만, 제갈량에 대해 떠올릴때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겨우 '음참마속' 인 것 처럼, 유비에 대해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비육지탄[]'

입니다. (잉여인간으로 세월을 낭비함을 한탄한다는 고사성어인데 삼국지연의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있는 유비를 떠올릴때 생각나는 것이 겨우 비육지탄이라고 한다면...)

사정이 이러한데, 관우가 갑작스레 죽고난 후 그의 상황판단능력은 바닥을 치게되고 촉의 멸망을 가속화 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사람중에 유비와 같은 부류의 인물들을 참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리더', '보스'라는 이름을 하고 사람은 좋으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인물들.

관우에게 '수염'이 있었다면 유비에게는 '매력'만이 남네요. 그래도 그 매력하나만으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자신의 동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제갈량이나 관우보다는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주고싶습니다.



닫는말 : 횡설수설, 의식의 흐름대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짤막하게 떠들었는데, 공감가시는 부분이 분명 하나쯤은 있으실거라고 믿고싶습니다.

앞으로 삼국지의 인물에 대한 혼자만의 생각은 종종 떠들어 볼 생각입니다. (촉한 정통론자 '였던' 만큼 촉에서 지냈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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